카자흐스탄 알마티는 여행으로도 많이 가지만, 러시아 혹은 제3국으로 경유하기 위해 많이 들리는 곳이다. 비행기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경유시간도 잘만 맞추면 짧은 대기 후 출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러시아 모스크바 기준으로 직행 티켓은 쌀 때는 60~70만 원, 비쌀 때는 100만 원 이상이다(왕복 기준).
하지만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경유하면 쌀 때는 40~50만 원, 비싸도 100만 원을 넘는 경유는 잘 없다(코로나 19 이전 기준). 나도 러시아 모스크바를 가기 위해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경유한 적이 있다. 에어아스타나를 이용했고, 약 3시간의 대기시간이 있었다.
사실 난 경유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몇 해 전 아르메니아를 여행하려 모스크바를 경유한 적이 있다. 경유는 처음이라 아무 생각 없이 가장 싼 티켓으로 2번에 나누어 결제를 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인천-모스크바, 모스크바-아르메니아 예레반을 나누어 사다 보니, 모스크바에서 출입국 수속을 다시 밟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겼었다.
대기시간이 2시간밖에 안되어 혹여라도 비행기가 딜레이 되었으면, 놓칠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아무튼 예전의 경험을 거울삼아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경유할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무사히 에어아스타나 기내에 탑승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이용한 에어아스타나는 나름 괜찮았다. 창가에 위치한 2인 좌석에 혼자 앉을 수 있어 아주 편하게 갔다. 항상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을 기대하지만, 어느 항공사도 나의 기대에 부흥한 적이 없다. 사실 기내식이 맛있다고들 많이 하는데 난 다 거기서 거기다.
다만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술, 특히 맥주를 즐겨 마신다. 지난 모스크바 여행 시 불곰 누나들이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고 타박해, 요즘은 이마저도 자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맥주도 기대하고 주문해 봤지만 밍밍한 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국제공항이라고 하지만 알마티 공항은 매우 작은 규모였다. 사실 인천공항처럼 무지 막대 하게 큰 공항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이용객이 많지 않으면 구태여 크게 지을 필요도 없다. 알마티 공항에 근접해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면 창 밖으로 그림 같은 설경이 펼쳐진다.
알마티가 카자흐스탄에서 나름 큰 도시라고는 해도, 국가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어 대도시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들어선 공항 내부도 매우 작은 규모였고, 입국 심사대도 동네 중소형 마트와 다를 게 없었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대기장소에 들어선 난 깜짝 놀랐다.
환승 혹은 출국을 하러 대기하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장소는, 우리 동네 이마트 보다도 작았다. 의자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주변으로 몇몇 면세점과 음식점이 위치해 있었다. 사실 짧은 대기시간의 환승이긴 하지만 나름 카자흐스탄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이곳저곳 다녀보려 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또 와이파이를 잡는 게 어려웠다. 안내문에 와이파이가 있다고 나와있지만, 왠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 만두와 맥주를 구입하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카자흐스탄 전화번호로 인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 무슨 국제공항 와이파이가 자국 번호로만 인증이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튼 친절한 직원은 본인의 전화번호로 인증을 해주었고, 나름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다. 영상통화를 하기에 좀 무리가 있긴 했지만, 카톡이나 인터넷 검색을 하기에는 괜찮았다. 직원들도 간단한 영어가 가능해 소통에도 무리가 없었다.
국제공항이라 그런지 맥주와 음식값은 매우 비쌌다. 만두는 고기 100%가 들어갔는지 느끼해서 겨우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맥주를 시키지 않았으면 목 넘김도 힘들었을 것이다. 신기한 게 카자흐스탄, 러시아, 아르메니아, 조지아에도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아마도 몽골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환승(경유)은 그저 그렇다. 환승 대기시간에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이쯤에서 접어두자. 아무것도 없다. 살만한 것도 없고, 즐길 것도 없다. 단지 와이파이를 잡고 인터넷이 가능하다면 그나마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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