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 세네갈 1 : 0 프랑스 |
세네갈 쇼크로 불리는 경기다. 프랑스는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반면 세네갈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국가로 당연히 프랑스의 압승이 예상됐다. 세네갈과 프랑스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바로 식민 지배다.
프랑스는 1903년부터 1960년까지 세네갈을 식민 지배했다. 마치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겪은 한을 간직한 나라가 세네갈이다. 세네갈로서는 프랑스를 이겨 식민지배의 수모를 갚겠다는 일념으로 월드컵에 임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세계적인 강팀이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3 : 0으로 격파해 우승했고, 유로 2000에서는 이탈리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피파랭킹 1위를 달리며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세네갈은 지역 예선에서 기적적으로 모로코를 이기고 간신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프랑스는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과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2 : 3으로 한국의 패배로 끝났지만, 지단이 김남일의 태클로 큰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세네갈과의 1차전에서 지단을 출전시킬 수 없었다. 팀의 핵심 멤버인 지단이 빠진 채 치러진 세네갈과의 일전에서 전반 30분 파파 부바 디오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티에리 앙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공격진들이 세네갈의 골문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수비진들까지 총공세를 펼치며 세네갈을 압박했음에도 경기는 1 : 0으로 끝나버렸다. 세네갈은 식민지배의 치욕을 갚으며 명예로운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 후 프랑스는 우루과이와 동점 승부를 냈다. 이 경기에서 주 공격수인 티에리 앙리가 퇴장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3차전 덴마크와의 경기를 무조건 2점 차로 이겨야 16강이 가능한 상황으로 몰렸다. 부상 중이던 지단까지 동원해 밀어붙였지만 덴마크는 약한 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2골을 허용해 프랑스는 0 : 2로 패하며 탈락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본국으로 돌아갔다.
2002 한일 월드컵 | 한국 2 : 1 이탈리아 |
월드컵 주최국 한국과 우승후보 이탈리아가 맞붙은 경기다. 전력상 이탈리아가 압도적으로 강했지만, 한국은 주최국, 홈팀이라는 버프를 받아 기세가 올라있었다. 게다가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꺾으며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선수진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프란체스코 토티, 델피에로, 비에리, 말디니, 칸나바로, 네스타, 인자기, 잔루이치 부폰 등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당연히 우승후보였고, 16강에 처음 오른 한국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경기가 열린 대전 월드컵경기장에는 "AGAIN 1966" 카드 섹션이 등장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격파한 북한의 승리를 상기시키는 카드 섹션이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격분하며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들은 과열된 분위기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비에리가 김태영을 팔꿈치로 가격해 코뼈가 부러졌다. 비에리는 전반 18분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이탈리아는 특유의 빗장 수비를 펼치며 한국의 공세를 여유 있게 막아냈다. 히딩크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명령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수비의 핵심이었던 홍명보를 빼고 공격수 차두리를 투입시킨 것이다. 차두리는 이탈리아 진영을 전차처럼 달리며 흔들어 놓았다. 결국 한국에게도 기회는 왔다. 후반 43분 문전으로 흘러간 공을 설기현이 왼발로 밀어 넣으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고 토티가 퇴장당하며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암울해져 갔다. 한국의 이영표가 안정환에게 택배 서비스를 올렸고, 안정환은 이를 헤딩골로 연결시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월드컵 우승에 빛나던 강팀 이탈리아를 격파하며 8강에 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 네덜란드 5 : 1 스페인 |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만난 네덜란드와 스페인은 모두 강팀이다. 당시 스페인이 피파랭킹 1위, 네덜란드는 8위로 스페인의 전력이 약간 우세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카시야스 골피퍼가 골문을 지켰고 피케, 라모스, 부스케츠, 샤비 알론소, 다비드 실바, 이니에스타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다. 네덜란드 역시 로번을 비롯해 로빈 반 페르시, 스네이더르, 더용, 베이날둠 등 상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강팀이었다.
전반 27분 사비 알론소가 PK로 선제골을 넣었다. 가볍게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한 스페인은 여유 있게 네덜란드를 상대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전반 44분 로빈 반 페르시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후반 들어 네덜란드의 공세는 더욱 강해여 로번, 반 페르시, 스테판 더 프레이가 득점을 내며 경기를 5 : 1로 만들어 버렸다. 세계적인 수비라 꼽히던 피케와 라모스가 무너지며 스페인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스페인 축구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 독일 7 : 1 브라질 |
미네이랑의 치욕 혹은 미네이랑의 참사로 불리는 경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주최국으로 결승까지 오른 브라질은 독일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우승을 노렸다. 독일은 예선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긴 했지만 결승까지 오르며 브라질을 상대로 전차 군단을 출전시켰다.
당시 브라질은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최강 팀이었고, 독일 역시 3회 우승을 차지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독일은 필립 람, 보아텡, 드락슬러, 슈바인슈타이거,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뮐러, 클로제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출전했다. 브라질 역시 프레드, 헐크, 페르난지뉴, 비에이라 등을 출전시키며 전차 군단을 상대했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었던 결승전이지만 의외로 선제골은 전반 11분 토마스 뮐러에 의해 나왔다. 전반 23분 클로제, 24분 토니 크로스, 26분 토니 크로스, 29분 사미 케디라가 차례로 골을 성공시켰다. 선제골을 내준 지 10분 만에 추가골이 터졌고 불과 5분 동안 4골이 브라질 골문에 작렬했다.
후반 들어 정신을 차린 브라질이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마누엘 노이어가 버티고 있는 독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안드레 쉬를레에게 2골을 추가로 허용하며 브라질은 완전히 의욕을 상실했다. 후반 90분 오스카르가 1골을 넣은 게 브라질 득점의 전부였다.
결과는 7 : 1 독일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실 월드컵 결승전에서 대량득점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력이 엇비슷한 팀이 결승에 올라오기 때문에 항상 치열한 승부가 연출되곤 한다. 브라질은 주최국, 홈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 한국 2 : 0 독일 |
카잔의 기적, 카잔 대첩으로 불리는 한국의 경기다. 한국은 멕시코와 스웨덴에게 패하며 16강에 진출하려면 독일을 상대로 2골 차 승리를 거두어야 했다. 또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야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어, 경우의 수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전차군단 독일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며, 당시 결승전에서 최강 브라질에게 7 득점을 퍼부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독일을 상대로 2골 차 승리를 거두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독일이 월드컵 역사에서 2골 차 이상으로 패한 경우는 딱 3번뿐이었다. 그만큼 두 팀의 전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독일은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를 비롯해 요주아 키미히, 토니 크로스, 메스투 외질, 레온 고레츠카, 마누엘 노이어 등 슈퍼스타로 선발 명단을 채웠다. 한국은 손흥민과 구자철, 황희찬, 김영권, 조현우 등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후반 들어 난타전이 시작되었고, 조현우와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쇼로 경기에 치열해졌다. 후반전이 막바지로 다달았고 추가시간이 6분이나 주어졌다. 후반 93분 김영권이 기적과도 같은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VAR 확인 후 김영권이 골이 인정되었고, 독일은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반격을 노렸다.
골키퍼가 나온 걸 본 주세종은 독일 골문으로 길게 공을 올렸고, 손흥민은 전력 질주하여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50m를 5.56초에 주파했는데 96분 동안 미친 듯이 뛰어다녀 체력이 고갈됐음에도 엄청난 질주를 선보였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2골 차 승리를 거둔 한국은 환호했고, 독일 선수들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다만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패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은 좌절되었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독일을 꺾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한국 축구의 명승부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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