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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고등학교 때쯤이 아닐까 한다. 당시 커피는 잠을 깨는 용도로, 인스턴트커피인 맥심을 주로 마셨다. 달달한 맛이 일품인 맥심은 당도가 높고 카페인이 많아서인지 마시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무 살이 넘고 점차 커피 전문점이 속속 생기면서, 테이크아웃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맥심 커피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주로 카페라떼를 마셨다. 달달한 커피의 맛을 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름이면 아이스 카페라떼, 겨울이면 뜨거운 라떼를 매일 마셨다. 당시에도 아메리카노가 있었지만,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아메리카노는 커피 본연의 맛을 내어 씁쓸하기만 했다. 왜 이런걸 마시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아메리카노를 즐겨 드신 기억이 난다. 맥심 커피와 프리마 그리고 설탕이 항상 집에 구비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뜨거운 물에 커피만 넣고 블랙커피를 즐기셨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고 서른을 넘길 쯤 아메리카노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논문을 준비하며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는데, 달달한 커피로는 몰려오는 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니, 이게 웬걸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맛보다는 잠 깨는 용도로 아메리카노를 즐겼다.

그렇게 나는 아메리카노에 입문했다. 맛 때문에 선택한 아메리카노가 아니기에 맛은 아무래도 좋았다. 스타벅스, 이디야, 탐앤탐스, 엔젤리너스 등등 유명한 카페 브랜드를 다녔어도, 아메리카노 맛은 거기서 거기라 느껴졌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가 땡기면 라떼를, 졸리거나 피곤하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아메리카노 맛에 익숙해 지면서 점점 맛의 차이가 느껴졌다. 어떤 카페는 맛이 너무 연하고, 어떤 카페는 너무 진한 맛이 났다. 난 진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표현하자면 무겁고 다크 하면서 부드러운 씁쓸한 맛이 나는 아메리카노가 내 취향이 되었다.

 

몇 해 전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왔다. 발리에서 커피투어를 했는데, 그중 단연 비싼 커피는 바로 루왁커피였다. 사향고양이에게 커피 열매를 먹인 후 그 배설물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철조망 우리에 갇힌 사향 고양이들이 축 늘어진 채 누워있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커피 하나만큼은 맛이 일품이었다.

 

10종류도 넘는 커피를 시음했는데, 루왁커피가 단연 돋보였다. 물론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사향고양이들이 불쌍하여 구입하지는 않았다. 인간의 욕심을 위해 차디찬 철조망 우리에 갖혀 평생 커피를 먹어야 하는 사향고양이를 보니 커피 맛이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는 커피니와 카누다. 커피니는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씁쓸한 맛이 난다. 아메리카노의 진가는 커피의 목넘김이 맥주와 콜라의 탄산처럼 속을 긁는 느낌이 최고다. 특히 피곤하고 졸리거나 혹은 목마를 때 마시는 묵직한 아메리카노는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쏘쏘하다. 샷을 추가해도 묵직한 풍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씁쓸한 맛은 나쁘지 않다. 이디야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와 커피니의 중간 정도의 맛을 낸다. 적당히 씁쓸하면서 묵직한 맛이 특징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의 풍미가 더 깊다.

 

사실 이것저것 따지기 귀찮을 때는 카누 다크로스트를 마신다. 카누 다크 로스트는 그 이름처럼 다크하고 묵직한 맛을 낸다. 주로 회사나 집에 쟁여두고 마시는데 아침에 일어나 한잔 때리면 혼미했던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준다.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하여 카누는 거의 매일 2~3잔 정도 마시고 있다.

 

내 기준으로 아메리카노 맛 순위를 매기면 1위 커피니, 2위 카누 다크로스트, 3위 이디야, 4위 스타벅스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으로 정한 것이다. 순위 선정의 기준은 묵직하고 깊은 씁쓸함을 내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맛까지 난다면 내게는 최고의 아메리카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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