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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국사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시대 구분이다. 각 시대의 특징이 무엇이고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시험의 단골 메뉴이자 논술에서도 자주 출제되어 우리를 괴롭혔다. 교과서적으로 나열하자면 신석기시대는 농경이 막 시작되던 시대였고 토기가 처음 사용되었다. 석기는 간석기다. 반면 청동기시대는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었고, 무늬가 없는 무문토기를 사용했고 청동기가 제작되던 시대다.

 

교과서적인 내용은 책을 보면 되고, 실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신석기시대 사람들과 청동기시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었을까?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갔다는 건 사람이 교체된 것인지, 아니면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청동기시대 생활방식으로 바꾼 것인지 의문이다. 

 

신석기시대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토기를 사용한 반면, 청동기시대는 무문양이거나 제한적인 문양을 시문한 토기를 사용했다. 각 시대의 토기는 형태도 다르지만, 토기제작에 사용되었던 바탕흙에도 차이가 있다. 석기 역시 신석기시대는 간석기가 부분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청동기시대는 작교 날카로운 석기가 제작되었다. 

 

무엇보다 양 시대의 큰 차이는 농경과 청동기의 제작이다. 신석기시대에도 초보적인 농경을 했다는 증거가 발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반면 청동기시대는 신석기시대보다 큰 규모의 군락을 이루고 농경을 집약적으로 실시해, 국가로 가기 바로 전 단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 청동기시대의 상징적인 유적인 고인돌이 축조되고, 안에 청동기가 부장 되어 강력한 지배자가 등장했을 것이라 추정된다. 

 

신석기시대 사람들과 청동기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만났을까? 이 가정은 각 시대 사람들이 서로 연결성이 없다는 의미다. 많은 학자들이 신석기시대 말기즈음 북쪽에서부터 대규모 이동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 기후변화, 정치 변화, 농경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아무튼 신석기시대와는 전혀 다른 집터와 도구를 사용하던 집단이 이주했다고 한다.

 

이주 집단은 신석기시대 사람들과는 다른 구릉에 터를 잡고 농경을 시작했다. 초보적인 농경과 수렵, 채집으로 살았던 신석기시대 사람들과는 다른 생활방식으로 처음에는 부딛히지 않았다. 하지만 농경에 필요한 토지,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거주지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침범하게 된다. 

 

 

본격적인 농경의 시작으로 이주집단은 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이 인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쌀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고, 또 노동력을 바탕으로 좀 더 집약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그 예가 바로 고인돌이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도태되거나 흡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학설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고고학은 물론 역사학에서 시대의 변화과정을 설명할 때 손쉽게 이주를 상정하고 설을 만든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집단이 기존 사람들을 대체해 시대가 바뀌었다는 논리는 어디에 갔다 붙여도 손쉽게 적용이 된다. 그 다른 예가 기마 민족설 등이 있다. 

 

물론 과거에는 빈번한 이주가 일어났을 것이다. 생활, 정치, 기후 등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거처를 찾아 이동하는건 숙명이었다. 하지만 이주가 모든 시대의 변화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의 변화도 그렇다. 앞선 내용처럼 자연스럽게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도태되고,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한반도를 차지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때 많은 문물이 한반도로 유입되어 우리의 생활을 지배했지만, 조선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지배층이 일본인들로 바뀌어 일본을 비롯한 서구의 영향이 컸지만, 조선인은 그 자리에 있었다. 이렇듯 고고학적 자료는 물질문화에 기반하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도 많다. 

 

아무튼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의 변화는 획기적이었다. 특히 농경, 청동기는 이전 신석기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며 고인돌을 위시한 거석문화는 강력한 지배자의 등장을 예고했다. 청동기시대는 고대국가로 가는 초입단계로 인구가 증가하고 집약적인 농경으로 대규모 군락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반면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거나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멸종(?)하고 그 자리를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대체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물질문화가 외부에서 들어왔다고 쳐도 그 문화를 받아들인 건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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